화폐의 기능
맑스는 금을 화폐 상품의 대표적인 경우로 전제하여, 이러한 금이라는 화폐가 어떠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맑스는 화폐가 가치 척도의 기능, 유통 수단, 축장 기능, 지불 수단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고 본다.
가치 척도의 기능
맑스는 화폐의 여러 기능들 중에서 우선 ‘가치 척도’의 기능에 대해 언급한다.
“금의 첫째 기능은 상품 세계에 그 가치 표현의 재료를 제공한다는 점, 또는 상품들의 가치를 동일한 명칭의 크기, 즉 질적으로 동일하며 양적으로 비교 가능한 크기로 표현한다는 점에 있다. 그리하여 금은 가치의 일반적 척도로 기능하는데, 오직 이 기능에 의해서만 금이라는 특수한 등가 상품은 화폐로 되는 것이다. (1권109/120)”
모든 상품이 금이라는 화폐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게 되면, 모든 상품의 가치는 통일된 금의 양을 기준으로 서로 비교할 수 있게 된다. 금이 ‘가치의 일반적 척도’로서 기능하는 것이다. 즉 화폐가 상품들의 가치를 측정하고 비교하는 ‘가치 척도’(Maßder Werte)의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예를 들어 ‘1되의 밀 = 10g의 금’이고 ‘1Kg의 철 = 5g의 금이라면, 이러한 비교를 통해서 우리는 ‘1되의 밀’이 ‘1Kg의 밀’에 비해 2배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알 수 있다.
‘가치 척도’가 가능한 이유
화폐가 이처럼 가치 척도의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상품에 인간의 노동이라는 공통 요소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상품이 가치로서는 대상화된 인간 노동이고 따라서 그 자체가 같은 단위로 측정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상품의 가치는 한 개의 특수한 상품에 의해 공동으로 측정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함으로써 이 특수한 하나의 상품이 자기들의 공통적인 가치 척도, 즉 화폐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가치 척도로서의 화폐는 상품들에 내재하는 가치 척도(즉 노동 시간)의 필연적인 현상 형태이다. (1권109/120)”
모든 상품의 가치가 금이라는 하나의 화폐를 기준으로 측정될 수 있는 것은, 모든 상품에 공통적으로 인간의 노동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인간의 노동은 사용가치를 창출하는 구체적 유용 노동이 아니라 (교환)가치를 창출하는 ‘인간 노동 일반’ 즉 ‘추상적 인간 노동’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인간의 노동이 동일한 질을 바탕으로 양적으로 비교될 수 있으며, 그래서 개별 상품에 들어 있는 노동의 가치는 화폐의 양적 크기로 나타나게 된다.
가치와 가격의 차이
맑스는 상품의 ‘가치’와 ‘가격’을 구분하면서 이 양자 사이에는 괴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가격은 상품에 대상화되어 있는 노동의 화폐 명칭이다. [...] 그러나 상품 가치량의 지표로서의 가격(Preis)은 그 상품과 화폐의 교환 비율의 지표이기는 하지만, 그 상품의 화폐의 교환 비율의 지표[가격]는 반드시 그 상품의 가치량의 지표로 되지는 않는다. (1권116/129-130)”
‘가격’(Preis)이란 상품의 가치(Wert)를 화폐인 금으로 표현한 것이다. 예를 들면 ‘1되의 밀 = 10g의 금’에서는 ‘1되의 밀’의 가격은 ‘10g의 금’이다. 가격은 상품에 들어 있는 ‘노동의 화폐 명칭’인 것이다. 그런데 상품의 ‘가격’은 그 상품의 ‘가치’와 항상 동일한 것은 아니며 서로 불일치할 수도 있다. 상품의 ‘가치’(Wert)는 그 상품에 투입된 사회적 필요 노동 시간에 의해서 결정되지만, 그 상품의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상황에 따라 오르내릴 수 있다. 따라서 한 상품의 가치와 가격 사이에는 괴리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물건은 전혀 가치를 갖지 않으면서도 가격은 가질 수 있다. 예를 들면 황무지는 인간의 노동이 전혀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가치를 갖지 않지만, 현실적으로는 일정한 가격으로 거래될 수도 있다. 물론 대체로 상품의 가격이 형성되는 배후에는 그 상품에 투여된 노동의 양, 즉 가치가 자리잡고 있지만, 때로는 이러한 가치와 가격 사이의 괴리로 인해서 상품의 가격이 그 상품의 가치를 제대로 드러내 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유통 수단
맑스는 화폐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에는 ‘유통 수단’의 기능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교환 과정에서 상품의 형태 변환 (상품의 유통)
맑스는 상품이 교환 과정에서 화폐를 매개로 다음과 같은 형태 변환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상품의 교환 과정은 다음과 같은 형태 변환을 하면서 이루어진다.
상품 ― 화폐 ― 상품
C ― M ― C
그 소재적 내용을 본다면, 이 운동은 C―C, 즉 상품과 상품의 교환이며, 사회적 노동의 물질 대사인데, 이 물질 대사가 결말을 지을 때에는 이 과정도 사라진다. (1권120/135)”
상품은 교환 과정에서 두 번의 형태 변환을 겪게 된다. C(Commodity) ― M(Money)의 과정에서 즉 상품을 판매하는 과 정에서 상품은 화폐로 전환되며, M ― C의 과정에서 즉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화폐는 상품으로 전환된다. 이렇게 상품이 화폐를 매개로 하여 판매와 구매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 그 결과 상품과 상품의 교환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상품의 교환 과정이 순환을 이룰 때 이것을 ‘상품 유통’이라고 한다.
유통 수단
맑스는 이러한 상품의 유통 과정에서 화폐가 ‘유통 수단’으로 기능한다고 말한다.
“[상품의 유통 과정에서] 상품은 언제나 판매자 측에 있고 화폐는 구매 수단으로 언제나 구매자 측에 있다. 화폐는 상품의 가격을 실현 시킴으로써 구매 수단으로 기능한다. 화폐는 가격을 실현하면서 상품을 판매자의 수중으로부터 구매자의 수중으로 이전시키며, 그와 동시에 자신은 구매자의 손으로부터 판매자의 손으로 넘어가는데, 거기에서 또한 다른 상품에 대해 동일한 과정을 반복한다. (1권129/147-8)”
화폐는 상품의 유통 과정에서 매개의 역할을 한다. 판매에서는 상품이 화폐로 전환되며, 구매에서는 화폐가 상품으로 전환된다. 판매와 구매의 과정은 계속 반복되면서 순환을 이루게 되는데, 이때 화폐는 이러한 상품의 유통을 매개하는 ‘유통 단’(Zirkulationsmittel)으로서 기능하게 된다. 외관상으로는 화폐가 상품의 유통을 능동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화폐 유통은 상품 유통의 결과에 불과하다. 유통 수단으로서 화폐의 운동은, 상품이 자신의 형태를 변환시키는 상품의 운동에 불과한 것이다.
유통 화폐량의 계산
맑스는 유통 수단으로 기능하는 화폐량은 일정하다고 하면서, 이를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표현한다.
“일정한 기간의 유통 과정에서 유통 수단으로 기능하는 화폐량 = 상품의 가격 총액 / 동일한 명칭의 화폐 조각의 회전 횟수. 이 법칙은 일반적으로 타당하다. (1권133/153)”
화폐는 상품의 유통 과정에서 유통 수단으로 기능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유통 화폐량’은 ‘유통 상품의 가격 총액’을 ‘화폐의 회전 횟수’로 나눈 값이다. 따라서 유통 화폐량은 상품의 가격 총액에 비례하고, 화폐의 회전 횟수에는 반비례한다. 만약 상품의 가격 총액이 증가하면 유통 화폐량은 증가하고, 화폐의 회전 횟수가 증가하면 유통 화폐량은 감소하게 된다. 맑스는 유통 화폐량이 상품의 가격을 결정한다고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하면서, 유통 화폐량은 상품의 가격 총량과 화폐의 회전 횟수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축장(퇴장) 기능
맑스는 화폐의 또 다른 기능으로 축장 또는 퇴장의 기능이 있다고 말한다.
“상품 유통의 최초의 발전과 함께 제1변태의 산물, 즉 상품이 전환된 모습으로서의 금을 확보하려는 필요성과 열망이 발생한다. 그리하여 상품은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품 형태를 화폐 형태로 바꾸기 위해 판매된다. 이러한 형태 변환은 물질 대사를 매개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으로 된다. [...] 이리하여 화폐는 퇴장(축장) 화폐로 화석화되며, 상품 판매자는 화폐 퇴장자(축장자)로 된다. (1권144/166)”
상품 생산과 더불어 화폐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사람들은 언제든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화폐를 확보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서 확보된 화폐가 바로 구매에 사용되지 않고 오랫동안 화폐 형태로 그 사람의 수중에 머무를 수 있다. 즉 화폐가 유통 과정에서 분리되어 나중의 구매를 위한 대기 상태에 있을 수 있다. 이러한 화폐를‘축장 화폐’(蓄藏貨幣, Schatzbildung) 또는 ‘퇴장 화폐’(退藏貨幣)라고 하며, 여기서 화폐는 축장(퇴장)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이때 축장 기능을 담당하는 화폐는 금이나 은처럼 그 자체가 실제적 가치를 지닌 화폐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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