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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고민하고 행동하고 공부하지만 자신의 경제적 기반이 깨어지는 것으로 보는 사기를 당하는 것에 대한 어떤 대비로 없는 경우가 아주 많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느끼게 읽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빨대사회"라는 책에서 아래와 같이 일부를 발췌하여 적어 보고자 한다.
[사기범죄조직의 빨대]
이제 우리나라의 국민이라면 국제적 사기범죄조직이 유례가 없는 성
장을 하고 있는 이면에 보이스피싱이나 암호화폐 투자사기 등의 범죄피
해로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피해자들이 있음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모두
가 평생 동안 수십 번의 작은 사기 피해의 순간과 여러 번의 큰 사기피해의
고비를 만날 수 있다는 것 또한 인식하고 있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에 대한 뉴스를 볼 떄마다 사기범죄조직의 빨대에 꽂
히지 않도록 조심하겠노라면 스스로에게 매일 다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휴대폰이 고장났다며 수리비용을 송금해달라는 가족 사칭 문자메시지에
응답하지 않는다거나 사기꾼이 제안하는 일확천금의 투자기회를 받아들
이지 않는 것만으로 국제적 사기범죄조직의 빨대를 온전히 피할 수 있다
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이다. 각종 사기범죄조직은 상상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거래나 생활 관계에서 피해자를 물색하면서 누군
가의 목덜미에 빨대를 꽂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므로 그들
로부터 안전한 거래나 생활 관계는 이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 결혼을 앞둔 서른 살의 김호구 씨라는 대한민국 청년이 있다. 최
근 중고차를 구매하기로 결심한 그는 중고차를 살 때에도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뉴스를 보고 자신은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조심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중고차 사기범죄단이 팀장, 텔레마케
터, 출동조, 허위딜러 등으로 역할을 분담한 다음, 인터넷 중고차 사이트
에 소비자를 낚아 바가지를 씌우는 목적의 ‘미끼매물’이나 실제로 있지도
않은 ‘허위매물’에 대한 게시글을 올리고 싼값에 나온 허위매물을 보고
연락해 온 사람을 중고차 매매상사로 유인한 다음 허위매물과는 다른 중
고차를 강매한다는 점까지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만약 김호구 씨는 중고
차 판매 사기조직이 시세보다 싸게 올려 둔 미끼매물에 속아서 그들의 사
무실에 찾아가서 매물을 확인한다면 곧 ‘일방적인 계약 파기 시 계약금
환불 불가’라는 특약조항이 기재된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계약금을 건네
주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가 계약서를 작성하는 동안 다른 공범이 미끼매
물 차량의 연료분사 노즐과 퓨즈를 빼내는 일명 ‘덜덜이 작업’을 해 놓았
기 때문에 그가 차량에 대한 계약을 마친 이후 해당 차량에 탑승했을 때
다시 시동을 걸 수 없게 된다. 그가 결국 해당 차량을 매수하는 것을 포기
하면 중고차 딜러는 지금까지의 친절한 표정을 거두어들이고 현란한 문
신을 보여주면서 김호구 씨에게 계약금을 포기하고 높은 위약금까지 물
어야 한다고 겁을 주기 시작할 것이다. 이에 김호구 씨는 중고차 딜러로부
터 온갖 욕설을 들으면서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매물들을 살펴보다가 무
언가에 홀린 듯 대출 관련 서류에 서명하게 될 것이고 시세 1500만원에
볼과한 차량을 2800만원에 매수하여 이를 운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
게 될 것이다.
설령 김호구 씨가 운 좋게 정직한 딜러로부터 제 값에 중고차를 구매
했다고 하더라도 그가 중고차매매상사 주차장에서 새로 산 차량을 운전
해서 나올 때 보험사기조직의 차량이 운전이 서투른 그를 기다리고 있을
지 모른다. 그들은 김호구씨가 신호를 위반하거나 실선이나 점선 직진구
간에서 진로를 변경할 때 접근하여 측면을 스치듯 경미한 접촉사고를 발
생시킨 다음, 과도하게 병원치료를 받는 수법으로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이나 합의금을 받아내려고 할 것이다. 만약 피해 차량이 흔히 보기 힘든
오래된 외제차량이라면 수리 기간이 길고 부품을 구하기 어렵기에 보
험사에서 차량을 수리하는 대신 현금으로 ‘미수선 수리비’를 지급한다는
점을 노린 보험사기가 아닌지 의심을 해볼 수 있다. 그러나 교통사고 직후
문신을 한 건장한 남자 5명이 뒷목을 잡고 ‘피해’차량에서 내리는 것과 같
이 다소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이 김호구씨의 의
심을 토대로 보험사기의 단서를 확보하는 일은 여간해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공범들 사이의 불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보험사기단은
어느 한방병원에서 2주간 숙식을 해결하고 같은 기간동안의 휴업수당에
해당되는 보험금을 챙긴 다음에 다시 중고차판매점 앞 사거리로 나가 또
다른 피해자의 신호위반을 기다릴 것이다.
여기서 김호구씨가 신호를 위반하거나 진로를 변경할 떄 접근하는 보
험사기조직의 차량을 운 좋게 피했다고 하더라도 결혼을 약속한 예비신
부와 함께 신혼집으로 꾸릴 전세매물을 보러 다닐 때에는 전세사기단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공인중개사로부터 빌라 건물의 매매가가 상
당히 높고 집주인이 빌라 수백 채를 갖고 있어 안전하다는 말을 듣게 되었
다면 신축 빌라의 시세를 제대로 모르는 세입자들을 상대로 하는 전세 사
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호구씨가 집주인과 공인중개사가 함께 한 말
에 속아 서둘러 전세계약서에 도장을 찍게 되었다면 그 이후에 전세보증
금을 받은 집주인은 한통속인 공인중개사에게 전세보증금의 10%를 수수
료로 주고 자신은 나머지를 챙겨서 잠적할 것이다. 물론 집주인은 향후 전
세금을 돌려줄 능력이 전혀 없는 ‘바지’에게 빌라의 명의를 넘길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김호구씨가 계약 당시 만났던 집주인을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이고 전세금으로 건넨 돈 또한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 ‘바지’가
납부하지 못한 종합부동산세 등 당해세보다 후순위의 전세보증금 채권자
에 불과한 그는 이후 경매절차에서 아주 높은 확률로 전세보증금을 한푼
도 돌려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후 전세계약을 체결한 주택이 경매에 부쳐짐에 따라 쫓겨나는 신세
가 되었고 새로운 거처를 위한 임대보증금을 마련하려고 금융기관에 대
출을 신청하였다가 거절을 당하게 되었다면 김호구씨는 누군가로부터
다른 금융기관의 대출을 일부 변제하여 신용을 회복하면 다른 대출을 알
선해준다는 예기치 않은 전화를 받게 될 것이다. 특히 김호구씨가 앞서의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아 절박하게 대
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일수록 신속히 추가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대출을
반드시 ‘현금’으로 변제하여야 한다는 안내를 받고 난 후 금융감독원의
‘김미영팀장’이 안내한 절차에 따라 현금전달책에게 현금을 건네주고 있
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모든 곳에서 김호구를 노리고 있던 사기범죄조직들은 이제 당신의 모
든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 그들은 지금도 당신의 뒷목에 빨대를 꽂을 준비
를 하면서 모든 곳에 덪을 놓고 당신이 걸려들기를 기다리고 있다. 정글북
으로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러디어드 키플링
은 “하나님이라도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창
조한 것이다.”
라고 이야기한 바 있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하나님이라도 모
든 곳에 있을 수 없지만 사기범죄조직은 확실히 그러하다
“라는 표
현이 현실에 더 잘 들어맞는다.
당신이 아무리 사기범죄조직의 빨대를 조심하겠다고 다짐한다고 하
더라도 자연인으로 돌아가 깊은 산골짜기에서 혼자 살 것이 아니라면 당
신의 의지나 운만으로 모든 곳에 있는 그들로부터 온전히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사기범죄조직이 모든 영역에서 그 영향력을 급속도로
확대하고 있고 때때로 선뜻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과감하게 사기범행을 감
행하고 있기 때문에 사기범죄조직의 조직원이 한 솔깃한 제안이 미끼라
는 사실을 곧바로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배고픈 물고기가 눈 앞에 떠다니는 지렁이를 물고 난 후에야 비로소
낚시바늘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절박한 피해자들
은 사기범죄조직의 낚시바늘에 걸리고 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이 사기범
죄조직에 낚였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신중하지 못해서 미
끼를 물게 된 것을 후회하는 바로 그 순간이 되면 그전까지는 보이지 않
았던 낚시바늘이 주위에 무수히 많이 떠다니고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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