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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기술

직류기전력을 발명한 알렉산드로 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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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협회지 참조

 

진리탐구의 끝없는 나그네길

나의 일생, 전기기술인의 길을 걸어온 것은 무한한 축복이었 기에 고맙고 고마울 따름이다. 54년 전 중학교를 졸업하고 5년 제 고등전문학교 전기과에 입학하여 옴의 법칙, 키르히호프 법칙부터 배우기 시작하여 오늘까지 오직 한 길, 전기기술인 의 길을 걸어오면서 나는 참 많은 복을 받았다. 그 당시에는 인문계고등학교에 가서 4년제 인문 사회과학계열로 진학 하는 친구들이 그렇게도 부러웠다. 그러나 5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오히려 그들이 나를 부러워한다. 전기기술자의 길을 뒤 돌아보면 항상 안전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야 하기에 지뢰밭을 지나온 위험하고 힘든 길이었지만, 내 평생 든든한 생업의 기반이 되어주었고, 지금도 정년을 모르고 전기설계·감리 엔지니어링 사업을 건강할 때까지 할 수 있으니 또 고마울 따름이다. 그러나 내가 전기공학을 공부한 것을 축복이라 생각하는 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자연과학의 기초인 화학과 물리, 수학의 원리 위에 쌓아 올려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보편 성을 갖는 진리임이 증명된 학문 가운데 하나가 전기공학 이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전기기술자의 일생을 살아오는 동안 세상 만물을 바라보는 나의 세계관이 자연과학의 진리에 바탕을 두게 되었다.

 

직류기전력의 원천을 발명한 알렉산드로 볼타

전기의 기본 단위인 볼트(V), 암페어(A), 옴(Ω), 주파수(Hz), 패러드(F), 외르스테드(Oe), 이것들은 모두 기본 원리와 법칙을 정립한 창시자들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나의 버킷리스트는 전기공학 창시자들의 탄생지를 찾아, 신앙인들이 성지순례를 하듯 그들의 유적을 살피고 또한 그들의 진리탐구 정신을 되새기기 위한 순례 여행을 하는 것이다. 필자는 그것을 실행에 옮겨 280년 전 유적이 있는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덴마크, 영국의 시골 구석구석까지 찾아다녔다.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산 자락의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 꼬모 (Como)에 있는 알렉산드로 볼타(Alessandro Volta, 1745 ~1827) 기념관은 세 번이나 찾아갔다. 이번에는 케이블열차 후니쿠라를 타고 꼬모 호수 뒷산에 올라 볼타의 납골당까지 찾아가 묵념을 하였다. 1800년 루이저 갈바니가 개구리 다리 생체 전기현상을 발견하여 주장하자, 볼타는 갈바니의 연구결과를 더 파고 들어 갈바니의 주장과 달리 전류가 생성되는 데에는 생물 조직 없이도 전해액을 매개로 서로 다른 금속 사이에서 전류가 흐른다는 사실을 증명함으로써 인류에게 전기 문명의 새 세상을 열어 주었다. 270년 전에 이탈리아가 낳은 이 위대한 물리학자를 영원 히 기리기 위하여 꼬모 호숫가에 작고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기념관을 지어 그들은 볼타 신전(Volta A. Temple)이라 부 르고, 꼬모 시가지 한복판 광장에 볼타 대리석상을 세워놓 았다. 나는 볼타 상(像)이 정면으로 보이는 숙소 알베르고 피렌체(Albergo Firenze)에서 또 하룻밤을 묵으며 21세기 찬란한 전기 문명의 길을 열어준 볼타의 진리탐구 실험정신이 언제 어떻게 발원되었는지 그들의 조상들을 거슬러 올라 가며 생각해보았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 갈릴레오 갈릴레이

때는 중세, 1,200년 역사의 암흑기를 지나 15세기 이탈리아 에서는 르네상스를 비롯한 근대의식이 싹트면서 16세기부터 근대사회로의 대전환이 일어났던 시기로, 1543년 코페르니 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하고, 그의 설을 계승한 브루노는 지동 설을 고집하다가 교회에 의해 화형을 당했다. 그러나 거짓이 진실을 영원히 덮을 수는 없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피사 에서 태어난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 1564~1642)는 보편적 수학법칙과 경험적 사실의 계량적 분석을 통한 과학적 연구방법으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증명하였다. 그는 진리추구를 위해 종교와 맞서다가 로마교황청 종교재판에서 지동설 포기를 명령받고 가택 연금을 당한 채 마지막 생을 마감하였지만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내가 르네상스 과학정신의 요람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아름 다운 풍광과 와인의 명산지인 토스카나 지방을 사랑하고 자주 찾아가는 이유는 자연과학 철학의 아버지 갈릴레오가 자유낙하실험을 한 피사(Pisa)의 ‘기울어진 탑’이 있는 고장 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하도 많이 오르내려 닳고 닳은 대리석 계단을 올라 꼭대기에서 서서 피사 시가지를 내려다 보면서 나는 갈릴레오의 과학적 진리탐구의 방법이 옳았 음을 생각했다. 가설(假說)을 세우고, 그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끊임없는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오랜 세월 경험적 실증과정을 거쳐 비로소 자연과학의 법칙을 정립해 나가는 과학적 방법이 진실의 실체, 진리에 다다르는 가장 이성적인 방법이며 오늘의 찬란한 문명의 토대라는 사실을 나는 믿는다. 이런 진리탐구의 과정은 자연과학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 사회과학에도 적용돼야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가까운 형님 한 분이 사이비 종교에 깊이 빠져 중증 환자에게 손만 대도 기(氣)가 흘러 들어가 병을 낫게 해 줄 수 있다고 믿고 1,000 m가 넘는 산을 오르내리며 무리한 수련을 하다가, 피로가 누적되고 평소 지병인 고혈압 관리를 잘못하여 뇌경색으로 돌아가시는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했기에 과학적 학문연구, 진리탐구의 과정에는 궤변이 들어 설 자리가 없어야 하고 비상식적인 과학이 활개칠 여지를 없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기문명의 개척자들

나는 이탈리아를 갈 때 마다 꼭 찾는 곳이 또 있다. 이탈리아 중부도시 볼로냐(Bologna)에 가면 볼타가 전지(Battery)를 발명하도록 동기부여해 준 해부학자 루이지 갈바니(Luigi A. Galvani) 유적과 인류 최초로 전선 없이 전기신호를 공중 (空中)으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해 1909년 노벨 물리학상 을 수상한 무선통신의 선구자 굴리엘모 마르코니(Gulielmo Marconi)의 유적지이다. 해부학자 갈바니, 물리학자 볼타와 마르코니는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과학정신을 이어받은 빛나는 후예들로서, 오늘의 찬란한 전기문명의 길을 개척한 선구자들이기 때문이다. 다음 호에는 무선통신의 선구자인 굴리엘모 마르코니에 대 해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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