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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시와 수필 한 잔

신촌에서의 옛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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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답지 않은 따뜻한 기온과 춥지 않은 바람이 부는 어느 가을, 딸 아이의 시험을 위해 신촌으로 차를 몰았다. 도착한 신촌은 내가 처음 경험했던 그 신촌처럼 복잡한 길이였고 그 때처럼 사람들이 줄지어 오거리, 육거리 교차로 신호등 앞에 뭉쳤어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이 복잡한 곳에 주차하는 방법으로 백화점을 택했다. 그 곳은 그 때 내가 서 있었던 그 곳이다. 그 때는 차 없이 백화점 앞에 서 있었지만 지금은 딸 아이 시험을 위해 시간적 여유를 갖기 위해 미리 도착하여 주차하는 곳으로 이곳에 주차하고 1층 정문으로 나오니 건물 옆에 있는 벤치들과 빈 공간은 그 때와 다르지 않게 보였다. 나도 모르게 두리번 거리는 이 길에는 그 때 처럼 사람들이 많다. 젊은 남녀들이 떨어지기 싫은 듯 아주 가깝게 붙어 거리를 움직이며 동선들을 그린다. 그 때 나는 여기가 처럼이였다. 거리를 느낄 수 있는 기분도 시간도 뿐만 아니라 아는 사람도 하나 없었다. 그저 그녀를 기다리면 여기에 서 있을 뿐이다. 전화 넘어 그녀에게서 들은 말 때문에 한번도 오지 않은 낯선 곳인 여기에 오직 그녀를 만나기 위해 시간도 공간도 비용도 상관없이 비행기를 타고 여기로 날아서 달려서 왔다. 그 때 어려고 아픈 마음에 이 곳에 왔기에 무려 30년 가까운 지금에 이 곳에서 그 때 이 곳에서 그 때의 사랑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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